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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

 by eJung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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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낙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혼자서도 가끔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기도 하기에 셀프 촬영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최근 몇 년은 스마트폰의 사진 기능이 워낙 좋아지기도 했고,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카메라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예전에는 출근 할 때에도 가지고 다니면서 눈길을 잡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든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스냅 사진이 아닌 한, 연출 없이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는 것이 매우 어렵겠지만,

이왕이면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 내키는대로 촬영을 하고 싶었다.



셀프 촬영을 하기로 결정하기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 나라 웨딩 산업에 학을 띄었던 것 중에 하나가 스드메 패키지였다.

스튜디오 + 드레스 + 메이크업 의 줄임말로, 결혼 준비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신조어를 나도 이번에 알았다.

웨딩 플래너, 스몰 웨딩 컨설팅 업체, 결혼식 디릭터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 중에 

"왜, 이건 안하세요?", "인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인데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하는데.." 

라는 말. 그 다음이

"그 돈 가지고는 하실 수 있는게 별로 없을텐데요.", "예산이 너무 적어서..."

여보세요, 제가 마음을 정한대로 의뢰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거 참, 다른 것도 아니고 결혼식인데 하나라도 더 팔아 보려고 그렇게 티를 내면서 말을 하셔야 겠어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왔다가 들어갔다.

촬영비야 전문가와 도와 주는 사람들의 인건비니까 가치 판단은 각자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까지 알아서 하는 것이지만,

솔직히 웨딩 앨범이 왜 몇 십만원이나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촬영비도.. 드레스 메이크업 포함해서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 뭐 웨딩 산업 안에서 천차만별이던데. 

그정도로 비쌀 이유가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촬영하시면 25장짜리 대형 앨범은 서비스로 해드립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앨범비 자체를 얼마로 책정해서 패키지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면서.. 

뭐 어쨌든, 이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너무 불쾌해 하시지 마시길.


몇 군데 의뢰를 하고 견적을 내보니, 에이 내가 직접 하자.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예비 신랑과의 대화가 필요 했다.


"우리, 셀프로 웨딩 촬영하는 거 어때요?"


언제나 처럼 조금 정적의 시간이 흐르고


"그럴까요?"



이번에는 내가 좀 겁을 주었다.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 것이냐,

필요한 옷이나 소품을 구매하거나 직접 만들어야 하고, 촬영지를 물색해야 하고, 시간을 내서 돌아다녀야 하고, 

지나 다니는 수 많은 불특정 다수의 눈길을 아무렇지 않게 견뎌야 하고 등등.. 

이 모든 것을 감내할 만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성격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이러쿵 저러쿵 다 이야기를 하니 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몇 일 지나고도 아무 말이 없어서, 왜 아무 말이 없냐. 할꺼냐 말꺼냐. 

내가 궁시렁 거리니 어떤식으로 촬영을 하는지 검색해 보고, 뭐가 필요한지 알아보고 있었단다.

흠... 미리 말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



촬영 컨셉 이야기 하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비 신랑은 딱히 원하는 컨셉이 없었다. ㅡ.ㅡ;;

내가 뭔가를 이야기 하면, "재밌겠네요." 또 다른 것을 이야기 하면, "호~ 그것도 재밌겠네요." 이런 식이다.

조금 답답해서 아니 인터넷으로 뭘 찾아본 거냐고 했더니 요새 사람들이 어떻게 촬영을 하나.. 준비물이 뭐가 필요한가.. 

이런 것을 알아 보고 있었단다. ^^;;; 아이고, 예비 신랑님아.. 

여튼, 그래서 컨셉을 3가지로 결정을 했다.


  1. 웨딩 컨셉 1
    * 나 - 미니 원피스 구매. 집에 있는 구두 착용.
    * 예비 신랑 - 베이지 면바지, 하얀색 남방
    * 소품 : 보타이, 화관, 액자

  2. 웨딩 컨셉 2
    * 나 - 긴 원피스 구매. 집에 있는 구두 착용.
    * 예비 신랑 - 정장, 구두 구매
    * 소품 : 아몰랑

  3. 캐주얼
    * 둘다 청바지
    * 남방이나 티셔츠 중에 깔끔하게. (몬헌 티셔츠 입을까)
    * 운동화
    * 소품 : 삼다수


삼다수 들고 공원에 가서 예쁜 벤치 같은데 앉아서 찍어 볼까,

어릴 때 사진을 들고 정면 샷으로 찍는 것은 어떨까,

소품으로 액자를 만들어서 들고 찍자,

& 소품을 만들어서 이용하자,

재미 있는 문구를 써서 피켓 들고 찍는 것은 어떨까,

"박근혜를 구속하라" 피켓을 들고 찍는 것도 괜찮겠다.

온갖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대충의 컨셉을 정했으니, 돌아다니면서 맘 내키는대로 아무렇게나 찍기로 했다.

 


연습 촬영 해보기


카메라, 삼각대만 있으면 소품이나 장소보다 사람의 감정상태가 사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기에

피사체인 우리 둘의 감정 상태가 가장 중요했다.

예비 신랑이 셀프 촬영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지. 즐기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상태인지.

그래서, 따로 날짜를 정하거나 하지 않고 아침에 상태를 보고 결정을 했는데,, 

"오늘 촬영 어때요?" 이러면, "네, 좋아요." 뭐 이런 식이니, 내가 하고 싶은 날이 촬영 날이다.


곱게(?)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고 카메라와 삼각대, 무선 리모컨, 사용할 소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촬영할 사람 각자의 정신을 챙겨 들고 집근처로 나갔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을 하면서 봐 두었던 장소 몇 군데를 공략!

사용한 것은 카메라는 캐논 100D. 집에 굴러다니던 한 10년 넘은 삼각대. RC-6 호환 무선 리모컨.

날씨는 구름이 조금 낀 흐린 날이었고, 낙옆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가을의 쌀쌀한 날씨였다.


더 추워지기 전에,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컨셉1을 찍어야 겠다 라고 생각 했었는데,, 

지금 보니 예비 신랑이 캐주얼 복장대신 정장을 입었네.


동네 공원인데다 주말 저녁 때다 보니, 산책하는 부부, 어린이, 청소년, 개 등등이 많았고

"어머, 이런데에서도 촬영을 하나봐~" 하면서 보고 가고

슥, 보고 가다가 다시 와서 보고 가고를 한 5번은 반복하던 아주머니도 있었고,

"우왕~~~~~~~~" 하면서 미취학 아동들이 주변에 몰려 들기도 했다. ㅡ.ㅡ;;;;;;;;;;


엥, 리모컨이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 

잠깐 있어봐봐. 카메라 각도는 이게 맞나?

꺄~ 어떡해 어색해 죽겠어~


뭐 이런 식의 40분 가량의 연습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을 조금씩 보정하면서 보니, 첫 시도 치고는 꽤 잘 나온 것 같다. 

 

 

 

 

소품 만들기


이제, 연습을 해 보았으니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 하기로 했다.

구글링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컨셉과 소품을 정했다.

그래! 이거야!!!!!!!!!! 

우리도 액자를 가지고 이런 익살스러운 사진을 찍어 보는거야~!!!!!!

가족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가는 길에, 겸사 겸사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우드락과 색지를 사서 액자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뭔가..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느낌이 팍팍 들면서 살짝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예비 신랑이 기똥찬 아이디어를 냈다.

그냥 길쭉 길쭉 하게 잘라서 붙이기만 하자는 것. 흠..;; 그게 예쁘려나 의심이 되었는데, 결과는 만족이었다.



좀 더 과감하게 촬영


자, 간다! 

숙박했던 호텔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였다.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화관을 쓰고, 카메라와 삼각대, 액자와 & 소품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걸어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다 돌아보고, 촬영 할껀가봐~ 쑥덕 쑥덕 하는 소리를 즐겼다. ^^;;;;

그런데 막상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별로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워낙 촬영을 많이 하는 곳이라 그런 듯. 그래서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찍어 댔다.



역시나 해변가라 바람이 세서, 삼각대가 쓰러지는 일이 2번.

잠깐 내려 놨던 액자 소품이 휭휭 날아가기가 2번.

웃고 떠들면서 찍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칼로 슥슥 잘라서 붙인 하얀 우드락 액자가 꽤 마음에 든다.

손으로 대충 그려서 잘라 만든 & 소품도 사진 안에서는 멋들어진다.

여행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일석 이조. 이 때 셀프 웨딩 촬영을 하기로 한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더 확실히 들었다.



앨범 만들기


앨범은, 사진을 고르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주는 온라인 업체를 통해 만들기로 했다. 

결혼식 사진, 허니문 사진도 다 합해서 만드려고 아직 웨딩 앨범은 만들지 않았다.

이것도 연습 삼아 연애 할 때 여행다니던 사진들을 골라서 만들어 봤다. 

스냅스라는 업체를 이용했다.

사진 약 150장이 들어간 31장 짜리 앨범을 만드는데 2만5천원 가량 지출했다.



총 지출 내역


* 드레스 2벌 - 60,670 원

* 셔터 리모컨 - 2,000 원

* 양복 - 330,000 원

* 우드락, 색지 - 14,300 원

* 보타이 4개 - 15,900 원

* KTX 부산 왕복 2인 - 217,000 원

* 숙박비 - 208,000 원

* 총 : 847,870 원


사실 이 중에서, 양복, 부산 왕복 비용을 제외하면 92,870원이 실제 촬영을 위해 사용된 금액이다.




자,, 그럼 컨셉 3은 어찌 되었을 까.. 

연습 삼아 찍은 것을 컨셉 1로 치고, 부산에서 찍은 것을 컨셉 2로 치고.. 

컨셉 3은 촬영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회사 일정으로 업무가 폭주 해 피곤하기도 하고 

두번의 촬영으로 얻은 사진에 둘 다 만족을 했기에..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몬헌 티셔츠 입고, 삼다수 들고 몬헌하는 사진은 언제가 한번 찍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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