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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

 by eJung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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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식장 정하기에 돌입했다. 

목표는 총 하객 40명 이내의 집이나 작은 카페에서 하는 것 같은 아늑한 결혼식장을 찾는 것이었다.


최종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예비 신랑과 수 많은 대화를 했다.


  1. 선상 결혼식이 하고 싶어~ 작은 보트나 유람선 같은 것을 타고 사람들과 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것도 먹고,
    파티 처럼 결혼식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


  2. 우리는 제주도 여행이 참 즐거웠으니 제주도에 가서 결혼식을 하면 어떨까~ 결혼식도 할 겸, 다 같이 1박2일로 노는 거야~

  3. 소나무 냄새가 가득한, 강원도 산골 펜션을 예약하면 어때? 서울 근교 쪽으로 가서 힐링을 하는 거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왠 선상 결혼식에, 제주도에, 야외 결혼식인가 싶다.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느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가는 시간을 잠시 보냈다.

작은 결혼식의 의미에는, 적은 인원을 초대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우리 부부가 작은 결혼식을 하자라고 이야기 할 때에는 이런 이야기들을 했었드랬다.

* 하객들도, 결혼식의 주인공인 우리도 모두 편하게 시간을 보내자.

* 초대한 사람들과 한 사람씩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결혼식을 만들자.

* 맛있는 음식을 우리도 좀 같이 먹자.

* 최대한 쓸데 없는 곳에 지출을 하지 말자.


그런데, A, B, C 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러가지 걸리는 것이 많았다.


A안) 선상 결혼식

내가 결혼식을 알아보던 당시가 작년 10월 쯤이었다. 우리 나라에 일단 선상 결혼식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업체가 없었다. 

그나마 있는 선상 결혼식을 제공하는 업체도 최소 인원 150명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이 이야기인 즉? 몇 명이 오든 150명분의 금액을 내라는 말이다.

내가 그 돈으로 사람들하고 더 맛있는 것을 사먹고 말지.

배를 빌려서 3시간을 이용하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제주도에서 요트를 1시간 빌려서 타는데 1인에 4만원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최대 탑승 인원이 15명 이었던가 했다.

나름 저렴한 금액으로 신나게 놀고왔던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배 한 척 빌리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15명 * 4만원 = 60만원. 3시간 빌리면 180만원. 뭐 이런식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솔직히.. 3시간 빌려서 배 운영하는데 정말 그렇게까지 비쌀 필요가 있는 것인가? 

뭐, 선상 결혼식을 요트에서 제공하는 업체가 있지도 않다.

어쨌든 조금 더 소규모로 합리적인 가격에 선상 웨딩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면 좋겠다.


B안) 제주도 결혼식

제주도. 알아보면 저렴하게 하는 곳도 꽤 있다. 검색해보니 10명 이내의 하객들 과의 특별한 결혼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왕복 비행기값과 숙박료.

제주 항공으로 주말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1인당 20만원 잡고 40명이면 800만원.

내가 그 돈으로 사람들하고 더 맛있는 것을 사먹고 말지.

그리고 비행기 탑승 특성상.. 이래 저래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 제주 공항에서 결혼식과 숙박 장소까지 이동편도 제공해야 한다.

물론, 내가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했으면 지인들은 다 필요 없다고 하고 달려와 주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나 하나로 인해 이렇게 빼앗아도 되는 것인가.

내가 원하는 작은 결혼식이 이런 것인가. 생각해보니 마음이 썩 편하지가 않았다. 


C안) 강원도 펜션 결혼식

그래, 좀 더 가까운 곳이 있잖아. 강원도에 예쁜 야외 결혼식을 제공하는 펜션들이 꽤 있대! 

한 3~4군데 알아보고 전화도 해보고 한 것 같다. 

생각보다 서울에서 알아본 식장에 비해 예산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초대하는 하객 수 대비 조금 더 비싸긴 하다.

하객 중 숙박을 할 인원들을 조사해 숙박 비용을 포함해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출장 뷔페, 테이블/의자 대여, 꽃 장식, 결혼식에 필요한 여러가지 소품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준비해야 한다.

그 중에 내게 가장 큰 문제는? 펜션 결혼식은 무조건 출장 뷔페를 불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흠.. 일단, 그 점에서 갑자기 확 호감도가 떨어졌다. 모든 뷔페를 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정말 맛있는 뷔페를 맛본다는 것은, 그만큼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비용에 더불어, 귀차니즘까지 있다.

뭘 먹으려면 돌아다니며 음식을 퍼 날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호감도가 팍팍 떨어졌다.

각자 다른 음식 흡입 속도로 인해, 자리에 함께 앉아 대화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싫었다.

뷔페가 아닌 정식을 제공하는 업체를 알아 보았으나, 마땅한 업체가 없었다.

일단, 맘에 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내가 그 돈으로 사람들하고 더 맛있는 것을 사먹고 말지.

 

 

 

 

오만 이야기를 다 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현실을 직시하자. 


* 서울 - 거의 대부분의 하객이 서울 또는 근교에 살기에 교통이 편하다.

* 교통이 편한 위치 - 서울 중에서도 이왕이면, 양가 집안과 우리 집에서 이동이 편한 곳으로 정해야겠다. 

* 최대한 집에서 하는 것 처럼 아늑한 곳 - 대중적인 웨딩홀과 달리 가정집이나 카페를 개조한 형태의 공간이면 좋겠다. 아예 카페를 빌려볼까?

* 맛있는 음식을 하객과 신랑&신부가 함께 먹을 수 있는 곳



무한 인터넷 검색


이제 정했으니,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아야 했다.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손가락이 닳도록 검색을 했다. 전화를 해서 직접 문의한 곳은 4~5군데 뿐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맞는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혼식을 제공하는 식장은 대부분, 그들이 정해 놓은 프로세스와 식 구성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려고 하면, 모든 것이 다 돈이었다.

그리고, 매번 문의를 할 때마다 일일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한번은, 스몰 웨딩 플래너라고 간판을 걸고 블로그에 홍보를 한 업체에 전화를 했더니, 

그 컨설턴트가 한다는 말이 

"보통, 스몰 웨딩은 800~1500선에서 하시는데요. 

예산을 얼마로 생각하시나요? 

예산에 맞춰서 제가 식 구성을 짜드리겠습니다. 

지금 전화 통화는 무료고요, 방문 상담하시면 1시간에 10만원 입니다."

여보세요.. 제 결혼식은 제가 구성을 짭니다. 당신은 제가 짜는 구성에 필요한 사람과 물품을 알아봐 주고 

실질적인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 해주고 그 서비스 비용을 받는 사람 이지 않습니까?

나만 이런 생각인가. 뭔가 다들 나를 돈으로만 보고, 본질은 어디로 간 것인가 싶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참을 장소를 알아보면서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 그냥 결혼식 하지 말자. 돈도 아깝고 시간과 내 노력도 아깝다.

이미 이상하게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웨딩 산업 등살에 치여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웨딩 플래너


그러던 중에, 친구로 부터 한 명의 웨딩 플래너를 소개 받았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었다.

장소를 구하느라 지쳐 있던 나에게, 웨딩 플래너란.. 그저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또 한명의 걸림돌이었다.

잘 하는 플래너라고 추천을 해주기에 속는 셈 치고 연락을 했는데, 처음에는 스몰 웨딩이 가능한 업체 목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최초 내가 문의를 했을 때에는 30명 이내의 결혼식이라고 이야기를 했기에, 플래너는 더욱 당혹스러워 했다.

직접 준비를 하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비슷한 시기에 두 군데를 추천 받았다.

반포원과 아파트먼트99에 임선민 플래너를 통해서 상담 예약을 잡았다.



반포원은 잘은 모르지만 인기가 많은 장소인 듯 하다. 상담 예약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예비 신랑과 함께 가서 장소를 둘러보고, 식장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소나 함께 식을 준비해 줄 디렉터에 대한 호감이 생겼다.


내 나름대로 반포원의 장단점을 본다면..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음향 시설과 조명, 단상 등을 갖추었고, 

무대를 중심으로 뒤로 긴 직사각형태의 장소라서 하객 전체와 눈을 맞추기 좋은 구조라는 점, 

정식을 제공한다는 점, 

디렉터가 매우 친절하고 적극적이라는 점,

식을 내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고


사이트에서 홍보하는 만큼 전망이나 조명이 그리 좋지는 않다는 점,

자가용이 없으면 교통이 꽤 불편하다는 점,

양가 집안과, 우리집 모두에게서 애매한 위치라는 점,

바닥 카펫이나 벽지 등이 촌스럽다는 점(완전 나의 개인 취향)이 단점이었다.


이정도라면,, 만약 아파트먼트99를 둘러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선택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무모한 것 이었을까? 단 두 곳만 보고 결혼식장을 결정한다는 것이.



아파트먼트99는 처음 상담 예약부터 모든 것을 나의 일정에 맞춰주는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예식이 없는 평일은 7시에 퇴근을 한다고 하는데, 내가 아무리 빨라도 7시 퇴근이니 도저히 상담 시간을 잡을 수 없었다.

모두가 퇴근한 식장에 안** 디렉터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쉐프가 직접 만든 티라미슈와 레몬차를 주고, 1시간 넘는 시간동안 장소 안내와 더불어 스몰 웨딩에 대한 가이드를 잡아 주었다.

마냥 작은 결혼식. 스몰 웨딩. 이라는 개념만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그 시기에,

본인의 스몰 웨딩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적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파트먼트99의 장단점을 본다면..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정말 집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 같다는 점,

내부 구조나 인테리어, 소품, 조명이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점,

결혼식을 하는 위치, 메인 무대라는 것이 딱히 없다는 점(내 마음대로 위치를 변경해 가며 식을 진행할 수 있다),

꽃장식, 부케, 웰컴보드 등을 포함한 기본 웨딩 데코레이션, 웨딩드레스 대여, 스냅촬영, 대관료가 저렴 하다는 점,

음식이 맛있다는 점(티라미슈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디렉터가 본인 결혼식처럼 준비를 도와 준다는 점,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 장점이고


내부 인테리어 구조상 하객 좌석이 분리된다는 점이 단점이다.


내 눈에는 딱 이것 하나만 단점이었다.

한번 보고 바로 이 곳을 우리의 결혼식장으로 결정했다. 

10년 후에, 20년 후에도 아파트먼트99가 계속 있었으면. 그래서 리마인드 웨딩을 또 이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 혼자 결정할 수는 없으니, 예비 신랑과 함께 만날 수 있는 날로 다시 약속을 잡았다.

다시 찾은 아파트먼트99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여전히 따뜻한 느낌이었고, 여전히 이 곳이 내 결혼식 장소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다행히 예비 신랑도 장소를 마음에 들어 했다.


신랑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주기 위해 달걀 등장


그렇게, 약 3주 만에 무사히 장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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